손님마저 질투할 매혹적인 칵테일을 만드는 비결은? 식물을 잘 키우는 손이다. 글: Paul Mathew
나는 고백으로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꽃은 내 피 속에 있다. 아버지는 영국 서남부 큐(Kew) 지역에 위치한 로얄 보타닉 가든에서 정원사로 일하셨고, 나는 희귀한 꽃이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에서 납작하게 눌린 마른 꽃과 매일 소포로 배달되어 온 구근과 씨앗 뭉치에 둘러싸여 자랐다. 부모님은 아직도 아버지가 식물의 암술과 종류를 확인하느라 집안 여기저기에 두었던 작은 사프란 봉투를 가지고 계신다. 나는 음료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한동안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밟았다. 보존 생물학 연구를 위해 낯선 지역을 여행했고 이 경험이 세계 증류주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꽃을 칵테일에 이용하는 현재 트렌드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먼저 시인해야겠다.
꽃의 향미를 칵테일에 사용한 역사는 오래되었다. 바이올렛 (Aviation에 사용), 장미 (Rosoli로 알려진 이탈리아 리큐르에 사용), 보리지(Pimm’s cup에 사용), 오렌지 플라워 워터 (유명한 Ramos Gin Fizz에 사용), 그리고 최근 많이 사용하는 딱총나무 꽃 (St-Germain에 사용) 등이 있다. 최근에는 쉐프가 주방에서 쓰는 재료를 다시 빌려오고 소셜 미디어의 수많은 칵테일 사진이 눈길을 끌면서 꽃을 장식용이자 실험적인 재료로 더욱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던한 꽃장식 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팬지와 한련이다. 화려한 색으로 작은 포인트를 주는 이 장식은 쿠페 잔에 많이 쓰이던 트위스트 가니쉬를 대체해왔다. 식용 가능한 이 꽃은 은은한 풀냄새가 나며 줄기에서는 약간 쓴 민트향이 느껴지는데, 시선을 사로잡고 잠재적으로 맛에 영향을 미치는 상쾌함을 주긴 하지만 실제로 칵테일에 어떤 맛이나 아로마를 더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비에 젖은 나비처럼 유리잔 바닥에 남게 될 최후를 맞이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안개꽃을 뿌리면 가볍고 달콤한 풀 향기를 음료 위에 더할 수 있다. 이 향미는 시트러스 트위스트보다 가볍고 은은하다. 런던 소호에 위치한 Swift 바에서는 새롭게 개발한 New Lace 칵테일에 이 효과를 활용했다. (아래 레시피 참조.) 이름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섬세한 꽃장식은 진과 자작나무 오드비의 향, 은은한 꽃 향기를 살려주며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더한다.
라벤더는 향을 강하게 만들 때 실험적으로 많이 사용해 온 꽃으로, 라벤더 설탕뿐 아니라 마른 줄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아래 Campo de’ Fiori 레시피가 그 예.) 생화를 사용하면 훨씬 더 인상적인 칵테일을 만들 수 있지만 비용과 시기가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라벤더는 마른 상태에서도 향기를 그대로 유지하지만, 장식용이 아니라 식용으로 쓰기 위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따금 자연 향을 강하게 하기 위해 인공 향을 뿌리기도 하는데, 이 경우 식용으로 쓰기에 항상 안전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전성은 꽃을 칵테일에 이용할 때 정말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첫째로 꽃은 식품 안전 평가 등급의 품질이어야 하고 살충제, 왁스 스프레이, 향수를 뿌리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안개꽃을 지역 농가 직거래 시장에서 직접 공급받아요. 어떤 독성 물질도 뿌리지 않았다는 걸 믿을 수 있기 때문에요.” Swift 바에서 일하는 Mia Johansson은 천연 재료를 납품하는 공급자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덧붙인다. “그런데도 꽃을 물로 살짝 헹궈서 아주 깨끗한 상태로 유지한답니다. 재료를 어디서 공급 받는지가 정말 중요해요.” Ryan Chetiyawardana도 동의한다. “들에서 꽃을 꺾거나 꽃집에서 꽃을 공급 받으려는 것은 현명한 생각이 아닙니다. 어떤 성분이 뿌려졌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살충제와 제초제가 음식에 사용되면 얼마나 위험한지에 관해 많은 연구가 나왔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Chetiyawardana는 Dandelyan 바에서 플라워 칵테일에 대한 개념을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바에서는 “현대 식물학”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칵테일 메뉴를 선보여 왔는데, 각각 다른 테마로 식물 아트를 재현한 4가지 메뉴를 개발했다. 식물에 이름 붙이기부터 식물과 자연의 상호 연결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 식물이 문명을 형성해 온 방법에서 착안한 것과 식물을 실험적인 놀이의 용도로 바라본 네 번째것까지 다양하다. 이 지면에 레시피를 공개한 Vitruvian Rose는 네 번째에 해당한다.
Dandelyan에서는 처음에 꽃을 많이 장식한 전형적인 플라워 칵테일을 선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추상적인 방법으로 꽃을 사용한다. “예전에는 꽃을 장식이나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더하는 요소로, 또는 맛을 암시하거나 착각하도록 만드는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점에서 꽃을 좋아했고, 꽃을 레이어링한 칵테일은 우리 카페를 대표하는 시그너처 메뉴가 되었죠. 하지만 이제는 전형적인 꽃의 이미지에서 떨어져 약간 다른 관점으로 보는 지점에 도달했어요. 미학적인 용도 대신 꽃이 자연에서 갖는 목적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예를 들면, Vitruvian Rose는 식물의 생애에서 규칙을 관찰한 결과물이다. 장미 꽃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방식이나 해바라기꽃 씨에서 피보나치 수열을 발견하며 영감을 얻는다. 하지만, 음료 자체는 장미 꽃잎 한 장으로 단순하게 표현했다. Dandelyan에서 선보이는 다른 음료에는 사프란과 라벤더, 심지어 패션프루츠 꽃도 사용하는데, 자신들이 쓰는 재료는 주방 뒤쪽 마당에서 직접 키운다. 바텐더가 하는 일의 경계를 넓히고 있는 셈이다.
안전성은 식재료를 자체 생산할 때 필수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Chetiyawardana는 “재료를 직접 키우는 건 재밌고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물론 있어요. 하지만 그냥 재미로 한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집에서 과학 논문을 읽고 그 방법론을 음료 만들 때 적용할 생각입니다. 또 독성학에 대해 찾아보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할 거예요. 처음에는 맛에 이끌리지만, 화제는 곧 안전성의 문제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너무 흥미를 잃지는 말자. 그는 재료를 사용하기 전에 미리 잘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현재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매우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가 위험해지고 있어요. 매우 강력한 용매인 알코올을 함께 쓰면 위험해질 수가 있어요.”
이 바에서 만드는 음료 중 하나에 쓰이는 가죽이 그 예이다. 대부분의 가죽은 생산 과정에서 독성이 강한 화학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들은 자체적으로 가죽을 저장해 놓고 쓴다. 꽃을 직접 키우는 것도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음료 컨설턴트 Gorgeous Group은 최근 에든버러의 Epicurean 바에 식물과 허브 수경재배 장치, EvoGro를 설치했다. 이 바에서는 스코틀랜드 색채 화가를 테마로 한 다채로운 색감의 칵테일 메뉴를 선보이는데 이 칵테일에 쓰는 식물을 직접 키운다. 클라우드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작동하며 흙 없이 식물을 키우는 이 장치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식당에서 자주 이용한다. 예산만 된다면 이 장치를 설치해 놓으면 오염되지 않은 꽃을 연중 내내 제공받을 수 있다.
꽃을 칵테일에 사용할 때 또 다른 어려움은 꽃의 연약한 본성을 파괴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Chetiyawardana는 이렇게 설명한다.
“꽃은 알코올과 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바텐더로 시작했을때는 꽃의 향과 맛을 분리하지 않는 Rotavap(회전식 증발 건조기)이라는 장치에 매혹되었죠. 하지만 여전히 맛의 정수를 추출하는 것은 어려워요.” 꽃을 칵테일에 활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어떤 방법도 완벽하지는 않다며 덧붙인다. “베르무트에 넣어 사용할 수도 있고 꽃의 고유한 맛을 해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방법을 쓰는 경우도 있죠. 완벽한 방법은 없지만 몇 가지는 도움이 됩니다. 에센셜 오일(방향유)에서 나온 장미 워터나 오렌지꽃 워터를 쓰거나 캐비테이션(cavitation) 방식을 이용하는 거죠.” 미세한 기포 속에서 맛을 재빠르게 추출하기 위해 질소 통이 달린 크림 휘퍼를 쓰는 것도 캐비테이션 방식의 하나이다. 하지만 꽃의 향미는 추출 시간이 길어질수록 신선한 맛이 아닌 채소의 쓴맛이 추출되기 때문에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Dandelyan에서 선보이는 메뉴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꽃을 더욱 재미있고 실험적으로 연출하는 데 반해, 상징적인 다른 바에선 점점 더 극적인 효과를 위해 꽃을 사용한다. 시애틀에 위치한 Canon은 동남아시아산 식물인 파란색 나비 콩 꽃(butterfly pea)을 활용한다. 원래 차의 재료로 쓰이던 이 식물은 산이 들어간 음료 와 만나면 색이 파란색에서 밝은 보라색으로 바뀐다. Gathering은 그 효과를 이용한 칵테일이다. 진과 이탈리아 리큐르에 나비 콩 꽃을 넣고, 카바와 시트러스를 질소층으로 분리해 첨가하면, 질소층이 증발하면서 음료가 섞이고, 칵테일은 파란색에서 보랏빛으로 바뀌는 환상적인 색의 마술이 펼쳐진다.
비슷한 방식으로 최근 쓰촨 버튼 플라워(Szechuan button flower)가 색다른 가니쉬로 쓰이고 있다. 런던의 Gibson 바에서 선보이는 칵테일 Electric Earl이 그 예이다. 탄카레이 No 10, Gibson의 레이디 그레이 차 리큐르, 신선한 그레이프푸루트와 라임, “전기(electric)” 비터스, 토닉, 시트러스 그라스 코디얼을 섞어 만든 진 사워(gin sour)를 꽃과 함께 백열 전구 글래스에 담아낸다. 칵테일은 마치 전기처럼 보이고 꽃을 베어 물면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이 이로 느껴지며 맛을 음미하게 된다.
참신함은 물론 시간이 지나면 차츰 사라진다. 하지만 꽃은 영원할 거라고 생각한다. 꽃은 아름다운 장식의 재료일 뿐 아니라 현대 음료 과학과꽃에서 미묘한 향을 뽑아내는 조향사의 기법을 이용해 새로운 브랜드를 탄생시킬 때도 점점 더 인기 있는 재료로 선호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선보인 Italicus Rosolio di Bergamotto는 올해 Spirited Awards에서 최고의 새로운 스피릿∙칵테일 재료상을 받았다. 이 술에 함유된 장미와 캐모마일, 라벤더와 기타 식물이 이미 크게 히트를 치고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출시된 후 지난 십 년간 St-Germain이 성공해 온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참신한 꽃과 다양한 식물을 활용한 새로운 진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러므로 계절에 맞고 지속가능한 바텐딩을 위한 재료로서 지역에서 나는 토종 꽃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그 시작을 보고 있다.
칵테일 레시피 (클릭해서 보기)
New Lace
Campo de’ Fiori
Jillian Vose의 Hammer & Tonic
Vitruvian Rose Spritz